발표를 앞둔 우리들 모습을 진솔히 묘사해 보겠습니다.
“심장이 뛰고 손엔 땀이 찹니다. 머리속은 이미 하얗게 변한지 오래. 옆에서 쏘는 동료 말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주변 작은 움직임에도 신경이 거슬리고 괜히 동공도 확장되는 그런 느낌.”
제가 이걸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면요. 5년 전 제가 그랬어서 잘 압니다.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지금은 한 70% 정도(?) 좋아졌습니다. 발표 공포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확실한 건 예전처럼 벌벌 떨진 않거든요.
최근에는 후배님들한테 제 나름의 프리젠테이션(PT), 발표 노하우도 전수하는 중이랍니다. 오늘 바로 그 내용을 여기 플로우 쓰쎄오에도 기록해 두려고요.
스스로 발표가 부담스러운 대표님들, 또 우리 직원들이 발표를 더 시원하게 하길 바라는 대표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발표 공포증, 왜 생길까?
우선, 제가 이 발표 공포증이라는 게 왜 생기는지 생각해봤는데요. 제 개인적인 통찰입니다만, 발표 전에 아마 ‘생각’을 많이 하는 게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거죠.
“실수하면 어떡하지?”
“비웃진 않을까?”
“더듬으면 망하는 거 아냐?”
근데요. 계속 경험하다 보니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앞에서 발표 듣는 그 사람들도 은근히 긴장(또는 기대) 상태에 있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듣는 사람 중 일부는 내 다음 차례 발표자거나, 혹은 내일, 다음 주 발표를 준비하는 또다른 발표자입니다.
이걸 알게 되니까 똑같은 긴장 상태인데, 내가 굳이 긴장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정감이 생겼어요.
전문가들은 이 발표 공포증의 원인을 준비 부족, 심신의 스트레스, 내향적 성격, 남들 눈치 많이 보는 한국 특유의 문화로 봐요.
이유가 뭐든 우선 저는 누구나 이 발표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외향적이지도 않고, 혼자 생각도 많고, 남들 눈치도 되게 많이 보는 저도 이만큼 극복해 냈으니까요.
제 경험을 살려서 발표 공포증 물리치는 솔루션을 3가지로 정리해서 공유해 봅니다.

그래. 발표 듣고 있는 그들도 긴장하긴 매한가지.
발표 공포증, 이렇게 극복하쎄오.
1) 철저한 준비가 반이다. 아니, 90%다.
발표를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준비 안 하는 거예요. 아니면 덜 하거나. 나를 너무 믿거나.
반대로 가장 확실한 성공 비법은 당연하게도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겁니다. 중요한 건 뭐가 ‘제대로’냐는 건데요. 저는 발표는 결국 ‘스토리’ 전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발표 자료를 만들지 않고, 말할 스토리를 구성하곤 합니다. 숫자와 데이터를 나열하지 마세요.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봅시다.
‘옛날 옛적에…’까진 아니더라도, ‘문제-원인-해결책’ 같은 스토리텔링 구조가 효과적입니다. 또 절대 대본, 스크립트를 통째로 외우지 마세요.
핵심 키워드만 외우도 충분합니다. 그 사이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연습을 하세요. 뭔가를 통째로 외우면 하나라도 분명히 잊습니다.
그걸 감지하는 순간, 뇌는 정지되고 불안이 올라오고, 호흡이 불안정해 지면서 목소리가 떨립니다.
리허설도 반드시 거치세요. 거울 앞에서, 핸드폰 녹음하면서, 친구나 가족 앞에서… 최소 3번은 완주해야 합니다.
머리로만 되뇌이는 것과 실제로 말해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갭이 있다는 걸 기억합시다.

유독 여유로워 보이던 박부장님의 PT. 아마도 준비가 철저했을 것이다.
2) 작은 성공 경험부터 쌓아요.
마라톤 선수도 처음부터 42.195km를 뛰지 않습니다. 5km, 10km… 차근차근 늘려가요.
발표도 마찬가지예요. 우선 친한 친구 1명 앞에서 연습을 시작하세요. 익숙해지면 소모임 같은 곳에서 (한 5명? 정도) 짧게 발표해보는 경험을 쌓습니다.
그리고 됐다 싶으면 팀 회의에서 브리핑을 한 번 시도해 보는 거죠.
이런 식으로 ‘발표 근육’을 키워가세요. 타고난 발표의 신은 없습니다. 다들 연습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3) 몸의 긴장을 풀어주세요.
긴장하면 우리 몸은’싸우거나 도망가라’ 모드로 바뀝니다. 심장 박동 빨라지고, 호흡 가빠지고… 야생에서 멧돼지를 단둘이 마주한 상황과 다를 바 없죠.
긴장은 우리를 패배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 긴장을 없애야 해요. 제가 몸의 긴장을 푸는 간단한 방법 3가지를 알려드릴게요.
먼저 4-7-8 호흡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4초간 숨 들이마시고, 7초간 참고, 8초간 천천히 내쉬는 건데, 2-3번만 해도 효과 있어요.
다음은 ‘파워 포즈’라는 게 있어요. 발표 직전에 화장실 가서 슈퍼맨 포즈를 취합니다. 길게도 필요없어요. 30초에서 1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해보면 이것도 깁니다)
파워 포즈는 과학적으로 실제 자신감 호르몬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신뢰해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어깨 운동입니다. 긴장되면 어깨가 저절로 올라가게 되는데요. 의도적으로 어깨를 끝까지 올렸다가 확 내려보는 동작을 미리 반복해 두세요.

한 장으로 정리한 ‘발표 공포증 극복(격파) 시나리오’
PT 몹시 잘하는 사람들의 3가지 비밀
자, 이제 제가 발표를 정말 잘하는 사람들 연구해 정리한 패턴을 공유해 드릴게요. 이것도 3가집니다.
1.승부처는 ‘첫 30초’
사람들의 집중력은 평균 8초라고 해요. 스마트폰 시대에는 더 짧아졌죠. 그래서 시작이 중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3가지를 기억하세요.
강렬함과 충격, 그리고 경험.
먼저 강렬한 질문으로 포문을 여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여러분, 하루에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확인하세요? 평균 150번이라는데, 믿기 어렵죠?”
잘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인 사실을 공유하는 방식도 초반 몰입에 도움이 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일주일에 버리는 플라스틱 양이 63빌딩 2개와 같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굉장히 좋은 소스죠.
“제가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새벽 3시 편의점에서였습니다. 라면을 끓이다가…”
무조건 지양해야 할 건 심심하고 무난하고 누구나 하는 그런 스타트입니다.
“안녕하세요, XX팀 OOO입니다~”
음. 이미 다 아는 사이끼리 굳이 인사를 나눠야 할까요? 설령 초면이라 해도 통성명은 발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보통 자료에 발표자가 누군지 나와 있잖아요)
2.기가 막힌 ‘강약 조절’
발표는 내 생각, 의견을 전달하는 거 잖아요. 반대로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내용을 처음 듣는 사람들입니다.
발표 잘 하는 사람들은 이 포인트를 귀신같이 캐치하고 발표를 준비합니다. 핵심은 모르니까 한 번에 이해되도록 ‘강약 조절’하기.
그래서 자료 구성, 발표 스크립트를 짤 때 이 3가지 패턴을 보입니다.
a. 1슬라이드 = 1메시지
b. 말과 글 구분하기
c. 강조 포인트 톤 UP
우선 슬라이드에 많은 걸 넣지 않아요. 전하려는 메시지 단 하나면 충분합니다. 또 말로 할 걸 자료에 적는든지 자료 속 내용을 따라 읽지 않아요.
강조해야 할 지점은 목소리 톤을 조금 올려 주목과 긴장을 높이기도 합니다.
3.현란한 바디랭귀지
프로 발표러들은 말만큼 몸도 정말 잘 씁니다.
기본은 ‘아이컨택’. 한 사람만 지정해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전체를 고르게 바라보며 청중을 압도하죠.
팔도 중요한데요. 팔짱을 끼거나 한 손을 뒷짐지는 행동은 보이게 좋지 않습니다. 한 팔로는 자료를 자연스럽게 쥐고 한 팔로는 내 스토리의 전달력을 키워주는 제스쳐를 곁들여 주세요.

나이스한 마무리 가이드.
발표 잘하는 사람들 첫번째 특징으로 첫 30초를 꼽았는데요. 못지 않게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발표 후반부 마무리’예요.
우선 마지막에 내가 오늘 한 발표의 핵심을 3가지 정도로 요약해주면 인상과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아니면 어떤 액션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무엇을 해보자, 언제까지 피드백을 달라. 등.
사실 발표 마무리는 보통 Q/A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리 어떤 질문이 들어올 지예상 질문 리스트를 준비해 두면 말끔한 인상으로 발표를 마칠 수 있죠.
기억하세요. 발표가 아니라 ‘소통’입니다.
마지막은 발표 스킬에 관해서 누가 물어볼 때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로 마무리할게요.
‘완벽한 발표는 곧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완벽한 발표를 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소통에 목적을 두세요.
‘어떻게 하면 내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뭘 궁금해 하지?’
발표는 사실 무섭고 두려운 이벤트가 아니라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소중한 자리이자 기회입니다.
이 글이 당신의 다음 프리젠테이션(PT)를 가볍게 해줄 수 있길 바라며. 글 마칩니다.


